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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vestment Trend

레고랜드가 촉발시킨 유동성 리스크, 그리고 해결책

by Small Hand Mindy 2022. 11. 4.

최근 레고랜드 사태로 인한 유동성 리스크가 한국을 뒤덮고 있다. 대기업도 자금 마련에 분주한 것을 보면 국내 자금 시장에 유동성 공급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 글에선 이번 사태의 원인과 대처 방안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레고그룹의 한국 진출 시도

레고그룹은 한국 이외에 영국, 미국, 독일, 말레이시아, 일본, UAE에서 레고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그럼에도 레고그룹이 한국에 레고랜드를 만들려고 했던 이유는 한국을 중요한 시장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레고그룹은 1984년 경기도 군포에 연간 6백만 세트 캐파의 공장을 완공 하고 운영 했는데, 경제 성장이 높고 교육열이 높은 한국 시장에 큰 매력을 느꼈다. 그 후 중국도 개혁개방으로 인한 빠른 경제성장을 이루고 있었기에, 한국의 위치가 레고랜드 리조트 사업을 하기엔 안성맞춤이었다. 레고그룹은 1996년부터 그들이 지분 50%를 보유한 영국의 Merlin Entertainments를 통해 한국에 레고랜드를 만들기 위한 시도를 시작했다. 그 당시 한국 정부도 동아시아 관광 허브를 세운다는 계획이 있던 터라 그들의 제안이 반가웠다. 최초 양측은 인천 청라국제도시에 시설을 만들기로 하였으나, 수도권정비계획법과 같은 규제로 인해 사업지를 변경해야 했다.

 

레고랜드 개발 장애물

레고랜드는 인천 지역을 포기하고 다른 지역을 물색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강원도가 강원도를 관광 특화 도시로 만들겠단 목표로 레고랜드에 투자 유치를 희망했다. 이렇게 두 주체의 이해가 일치하며 1억 달러 규모의 MOU를 체결하고 춘천 중도에 레고랜드 건립을 시작하게 되었다. 공사가 진행되던 2014년 7월 중도지역에 대규모 청동기 유적이 발굴되면서 문제가 시작된다. 공사가 진행될수록 문제가 커지는데, 해당 지역이 단순한 청동기 유적지가 아니라 최대 규모의 선사시대 유적지인 것으로 밝혀졌다. 유물 발굴만 7년이 소요되는 바람에 해당 프로젝트 자체가 무산될 뻔하기도 했다.

 

 

 

공사 재개 → 낮은 조달 금리 필요 → 강원도의 보증

Merlin Entertainments가 강원중도개발공사에 1,800억 원을 출자하면서 공사가 재개된다. 또한 유적지 구역을 공원 및 박물관으로 만들기로 합의를 하면서 공사가 빠르게 진행되기 시작했다. 당시 강원중도개발공사는 출자금만으로는 자금이 부족해 2020년 ‘아이원제1차’라는 SPC를 설립하고 ABCP로 2,050억 원을 조달한다. 여기서부터 현재 발생하는 여러 사태들이 시작되는데, 당시 강원중도개발공사이 부채비율이 600%를 넘어선 상황이다 보니 강원도가 보증을 서서 신용도를 높여줬다. 지자체가 보증을 서니 해당 ABCP는 정부채로 간주되면서 낮은 금리로 발행할 수 있었다.

 

유동성 리스크 부각 시작

2022년 5월 5일 모두의 기대를 받으며 레고랜드가 개장한다. 초기 수요가 몰리며 방문객들이 많아지자 2,050억 원 상환은 아무 문제가 없어 보였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고객들의 재방문 니즈가 감소하기 시작한다. 아무리 고속도로가 연결되었다 해도 춘천은 수도권에서 접근하기 용이하지 않다. 입장권 수익이 지속적으로 발생해야 ABCP를 상환할 수 있는데, 방문객 수가 점차 줄어들면서 유동성 리스크가 부각되기 시작한다.

 

 

 

테마파크 성공 요인

여러 컨설턴트 회사들의 보고서들을 살펴보면 테마파크 성공의 중요한 요인은 ‘운용’과 ‘입지’라고 한다. 테마파크는 돈을 벌기 위한 상업시설이다. 이러한 상업시설 운영은 수익이 나는 새로운 테마가 계속해서 생산되어야 한다. 사실상 이러한 재생산은 미국의 유니버셜과 디즈니가 가장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물론 레고라는 자산도 이들에 못지않은 무형가치가 있다 하겠다. 한국의 에버랜드와 롯데월드처럼 대규모 자본 유입이 가능하지 않다면 사업 운용 자체가 어렵다고 한다. 한편 그들은 테마파크는 50km 내에 인구 천만명이 거주하는 도시가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서울을 기준으로 남쪽으로는 용인, 북쪽으로는 파주 초입 정도이다. 새로운 고객이 계속해서 방문하고 재방문율이 높게 유지될 수 있는 위치적 마지노선이라는 것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를 벗어나면 재벌이 후원하고 있는 에버랜드와 롯데월드도 사업 지속에 어려움을 느낄 것 같긴 하다.

 

지급보증 의무 불이행 발표 → 대한민국 유동성 리스크 발생

8월 말 강원도는 중도개발공사의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그리고 지급보증 의무를 이행하지 않게 되자 강원도가 보증한 ABCP는 최종 부도 처리가 되고 만다. 이에 금융사들은 강원도 만이 아니라 모든 지자체 보증 ABCP를 재평가하기 시작한다. 10월 들어 도로공사, 한전, 철도공단, 인천교통공사, 과천도시공사의 채권이 차례로 유찰된다. 또한 가장 큰 규모인 둔촌주공 PF 7천억 원연장 발행이 실패하며 대한민국은 유동성 리스크에 노출되고 만다. 가장 심각한 곳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이다. 올 연말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증권사 보증 부동산 PF ABS만 34조 원에 육박한다고 한다.

 

 

 

수주산업의 전형적인 위험

나는 지난 게시글에서 건설업의 유동성 위험을 설명하면서 건설사는 저가 수주와 공사 기간 지연을 멀리해야 한다고 했다. 당초 예상보다 낮은 수익과 높은 비용 지출이 이 모든 문제의 시작점이다. 이번 사태는 해당 사업뿐만 아니라 기업, 더 나아가 국가 전체에 리스크를 확대시킨 사례라고 볼 수 있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이번 사건의 성격은 신용 위험 이라기보다는 유동성 위험에 가깝다. 물론 유동성 위험에 노출되면 큰 고통이 따르지만 해결책이 있다면 짧은 시간 내에 마무리 지을 수 있다. 이런 경우 해결책은 연쇄 반응이 실제로 일어나기 전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한다는 시그널을 주거나 실제로 투입해야 한다.

 

사태 확대 방지를 위한 해결책 (정부 지원, 강원도 채무 상환 발표)

각 기업들이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긴급 유상증자를 하기 시작했고, 정부도 50조원이상을 투입하여 채안펀드 20조 원, 회사채16조 원, 증권사 3조 원, 주택도시보증공사 10조 원을 지원한다고 한다. 행정안전부도 13개 지자채의 채무 이행 의사를 재확인했고, 정부가 이를 차질이 없도록 관리하겠다고 하면서 지방채 채권의 신뢰도를 다시 높이려 시도하고 있다. 강원도도 12월 15일까지 보증채무 전액을 상환하겠다고 밝혔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이번 사태가 더 이상 확대되지 않기를 바란다. 특히 해외에서 국가 신용도에 대한 우려를 표하기 전에 최대한 빠른 마무리가 필요하다.

 

 

테마 의존 투자 금지

우리는 이번 사례를 통해서 건설업의 유동성 리스크가 어떻게 전이되어 한 국가마저 유동성 위기에 봉착하게 만드는지 살펴보았다. 지금까지 계속해서 유사한 이유로 많은 기업들이 도산한 사례들이 있었고, 그때마다 국가 유동성 위험이 화두가 되었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번에 또다시 이러한 상황을 맞이했다는 사실이 참 안타깝다. 결론은 하나다. 우리는 이번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건설사 투자 시 뉴스나 테마에 의존하지 말고, 지난 글에서 언급한 요인들을 지속적으로 확인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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