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조선사가 자금난에 시달린다는 기사를 접한 경험이 많이 있다. 파산에 이르는 기업도 많이 보았다. 조선사의 자금 흐름은 어떻길래 불황이 오기만 하면 이러한 현상이 생기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이번 글에선 조선주 투자 시 꼭 알아야 할 사항만 간단히 정리해 보았다.
선박 건조 과정
국내 조선사는 혼합 생산 방식과 블록 조립 방식 등으로 선박을 제조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블록 조립 방식이 더 많이 채택되고 있다. 블록 조립 방식은 선박의 각 부분을 지상 작업장에서 조립하고, 결과물을 독으로 이동시켜 마무리하는 방법이다. 조선사들이 이 방법을 선호하는 이유는 핵심 부분 (선두, 선미 등)을 제외한 나머지를 아웃 소싱하여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선사가 선박을 건조하는 크게 6단계로 구분된다. 건조 과정은 계약, 설계, 강제 절단, 용골 배치, 진수, 인도 순으로 이루어진다. 우선 선주와 조선사가 선박 건조 계약을 체결한다. 그러면 조선사는 고객의 주문에 맞게 선박 설계를 시작한다. 물론 기존 설계도를 활용하는 프로젝트도 있다. 설계가 마무리되면 그것을 바탕으로 강제 절단 과정에 들어간다. 강제 절단이란 후판을 적정 크기로 절단하는 것을 말한다. 이 과정은 절단된 후판을 블록화 하여 조립하는 공정을 포함한다. 이렇게 조립된 첫 번째 블록이 독에 들어가는 과정을 용골 배치라고 한다. 그 후 도장과 탑재과정을 거치고 나면 진수 단계로 넘어간다. 진수란 보통 공정률 80% 진행 후 독 문을 열어 선박을 독 밖으로 띄우는 것을 말한다. 이후 시운전과 수정 사항을 마무리하고 고객에게 선박을 인도한다.
선박 대금 지불 방법 (스탠더드 방식, 톱 헤비 방식, 헤비 테일 방식)
선주가 조선사에게 대금을 지불하는 방식은 크게 스탠더드 방식, 톱 헤비 방식, 그리고 헤비 테일 방식이 있다.
▷ 스탠더드 방식(Standard Payment)
일반적으로 선주는 위에서 살펴본 선박 건조 과정에 맞추어 조선사에 대금을 지불한다. 각 단계마다 전체 수주 금액의 20%씩을 나누어 지불하고, 이를 스탠더드 방식이라고 부른다. 스탠더드 방식은 계약 구조가 단순하고 자금 플로우에 대한 예측이 쉬워서 가장 많이 쓰이는 방식이다.
▷ 톱 헤비 방식(Top-Heavy Payment)
톱 헤비 방식은 계약 과정에서의 지급 금액 비중이 높은 것을 말한다. 선주가 계약 시점에 조선사에 선박 대금 대부분을 지급하는 구조이다. 조선사 입장에서는 현금흐름에 유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선주는 조선사 건조 리스크에 대한 헤지 차원에서 큰 폭의 할인을 요구한다. 할인이 포함된 계약 구조라고 해도 조선사에게 유리한 방식이며, 조선업 호황기에 톱 헤비 방식이 많이 사용된다.
▷ 헤비 테일 방식(Heavy-tail Payment)
헤비 테일 방식은 인도 시점에 지급 금액 비중이 높은 것을 말한다. 즉 선주가 인도 시점에 조선사에게 선박 대금 대부분을 지급하는 구조이다. 톱 헤비 방식과 정반대 구조라고 보면 된다. 따라서 헤비 테일 방식은 조선업 불황기에 많이 사용된다.
조선주 투자 시 중요한 재무제표 항목 (RG, 선급금, 재고자산)
조선업은 수주 산업이다. 수주 산업만이 가지는 유동성 리스크가 조선주에도 존재한다. 우리가 조선주 투자 시 주의 깊게 체크해야 할 대표적인 재무상태표 항목에 대해 알아보자.
▷ RG (Refund Guarantee, 선수금 환급보증)
조선사가 가지고 있는 특이한 재무제표 내용이다. 위에서 살펴봤듯이 조선사는 선주로부터 공정이 진행됨에 따라 대금을 지불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조선사가 선주에게 대금을 수취하면 '선수금'으로 계상된다. 이 '선수금'은 '유동부채'의 개념인 것이다. 따라서 선주 입장에서는 조선사가 부채를 가지고 파산하는 경우를 대비하고 싶어 한다. 따라서 선주는 은행에 자신들이 지불한 선수금에 대한 환급 보증을 은행에 요청한다. 이때 은행이 선주에게 RG를 발급해주게 되는 것이다. 은행은 조선사의 리스크를 공유하는 대신 수수료를 수취한다. 은행 입장에서 RG는 전액 위험 자산이기 때문에 경제위기가 찾아오면 RG 발행을 중단하는 경우가 많다.
▷ 선급금
선주가 조선사에 건조 비용을 미리 지급하듯이 조선사도 협력사의 원자재 구입과 자금 운영을 위해 자금을 지원한다. 이를 조선사의 대차대조표에는 '선급금'으로 기입된다. 선급금은 조선사가 협력사에 빌려주는 돈이기 때문에 지나치게 많아지면 유동성 리스크가 증가하게 된다. 따라서 우리는 이 항목이 현금 대비 매해 적정 수준을 유지되고 있는지 체크할 필요가 있다.
▷ 재고자산
조선사는 선주로부터 수주를 받아 선박 제조를 진행하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재고자산이 없거나 매우 적어야 한다. 각 건조 과정에 따라 매출액이 증가해야 정상인 것이다. 따라서 조선사의 재고자산이 지속적으로 증가한다는 것은 위험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다. 선사가 마음을 바꿔 인수를 미루고 있거나, 지급 이행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선사의 재고자산은 적을수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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