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은 경기를 극단적으로 타는 산업이다. 호황기가 찾아오면 선박 신규 수주가 증가하고 선가는 부르는 것이 값이 된다. 반면 불황기가 찾아오면 조선사들은 자금 압박에 시달리게 되거나 폐업하는 지경에 이른다. 이번 글에선 왜 이런 현상이 생기는지 알아보도록 한다.
조선업 기초 지식 ①: 주요 사업자
조선업은 주요 4대 사업자들이 주로 비즈니스 활동을 한다. 우선 조선사는 선주로부터 수주를 받은 선박을 만드는 회사를 말한다. 선주는 쉽게 말해 배를 보유하고 있는 회사를 말한다. 선주는 조선사에 선박 건조를 의뢰하고 매입한다. 이렇게 인도받은 선박을 직접 운용하기도 하고, 다른 해운사에게 임대하기도 한다. 해운사는 보유하거나 임대한 선박을 이용해 운임을 받고 물품을 수송한다. 한편 해체 업자는 수명이 다한 선박을 해체하는 일을 한다. 우리가 보통 선박 스크랩이라고 말하는 작업을 영위하는 사업자이다. 참고로 선박의 수명은 보통 25년~30년이다.
조선업 기초 지식 ②: 선박의 종류
운송용 선박은 크게 상선과 오프쇼어(해상 구조물)로 나뉜다. 우리가 흔히 접하고 있는 무역용 선박은 상선에 속한다. 상선에는 벌크선, 컨테이너선, 탱커(유조선), LNG선, 케미컬선, 자동차 전용선이 있다. 각 선박마다 운송하는 물품과 용도가 다르고, 서로의 쓰임새를 대체할 수 없다. 각 선종의 용도는 다음과 같다.
- 벌크선(건화물선): 곡물, 석탄 등 포장하지 않고 선적할 수 있는 건화물을 운반하는 선박. 선적 내용물 특성상 선박 제조와 운송 과정에 큰 어려움 없음
- 컨테이너선: 선적 물건을 규격화된 컨테이너에 넣어서 운반하는 선박. 주로 완제품 소비재 운송(TV, 잡화 등)
- 탱커(유조선): 원유와 가스 등을 운반하는 선박
- LNG선: LNG를 압축하여 운반하는 선박. 천연자원 수요가 확대됨에 따라 선가 상승
- 케미컬선: 알코올, 원액 등의 액체류를 운반하는 선박
- 오프쇼어(해상 구조물): 해양 플랜트, 해양 유전 작업을 위해 구축되는 정지된 선박
일반적으로 벌크선은 선적 내용물의 파손이나 변질의 우려가 없기 때문에 높은 건조 기술이 필요하지 않는다. 선박 건조 기간도 다른 선박들에 비해 가장 짧다. 중국이 가장 빠르게 한국 선박을 따라잡은 영역이 벌크선인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한편 LNG선은 높은 제조 기술을 필요로 한다. 제조 과정도 다른 선박보다 복잡하고 길다. 2022년 유럽 지역 전쟁으로 인해 LNG선의 발주가 이어지고 있지만, 미국이 유럽으로 빠른 기간 내에 천연가스를 공급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조선업 기초지식 ③: 조선업 특징
조선업은 대형 건조설비(독)를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하는 대규모 장치 산업이다. 선박의 종류가 많기 때문에 건조 공정도 다양하고 복잡하다. 따라서 기술력이 높은 인력 의존도가 높다. 이는 거시 경제적으로 고용률을 높인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조선사들은 인건비에 대한 부담감을 항상 가지고 가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조섭 업의 산업 사이클은 매우 길다. 보통 조선업 사이클을 7~10년으로 본다. 조선업은 예전 2000년 초반 중국 경제가 고성장기에 접어들면서 2008년 글로벌 외환위기 시기까지 초호황기를 누렸다. 조선업 역사상 가장 크고 긴 슈퍼 사이클이었다. 그러나 그 이후 조선업은 계속해서 불황기를 겪었다. 2022년 유럽 지역 전쟁으로 LNG 선박에 대한 사이클이 개선되고 있다. 그러나 경기가 개선되면서 선박 수요가 확대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를 두고 호황기가 시작되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또한 앞에서 언급했듯이 선박 수명이 25년~30년이라는 점도 산업 사이클이 길어지는 이유가 된다.
조선업 투자 환경: 거시경제 조건, 수익 결정 요소
조선업은 경기의 움직임에 극단적으로 반응하는 업종이다. 그 단적인 예가 2003년~2008년의 업황과 그 이후의 상황의 차이다. 국내 조선사들은 2003년부터 중국의 경제 발전 속도에 발맞춰 장기 호황을 누렸다. 기본적으로 선박의 건조 기간은 1.5년~3년이 소요된다. 따라서 해상 물동 수요가 급증하게 되면 이를 대처할 운송선의 공급이 빠르게 이루어질 수 없다. 또한 이러한 시기에는 투기 세력들도 참여하기 때문에 조선사의 독은 4~5년까지 예약되기도 한다. 즉, 공급이 비탄력적이기 때문에 늘어나는 수요는 곧 고가 수주로 이어진다.
반면 경제 불황기가 찾아오면 조선업은 순식간에 불황으로 바뀐다. 해상 물동량이 감소하면 우선 투기 수요부터 사라진다. 또한 선주와 해운사들이 이미 수주했던 물량마저도 인도받지 않는 경우도 발생한다. 글로벌 물동량이 감소하는 와중에 신규 선박이 시장에 나오면서 운임은 하락하게 된다. 운임이 하락하게 되면 선주들은 조선사에 더 이상 신규 발주를 넣지 않게 된다. 이렇게 조선업의 불황이 시작된다. 우리는 이미 지난 불황기에 메이저 조선사를 제외한 중소 조선사들이 자금난에 시달리거나 파산하는 사례를 실제로 경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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